[정지아의 할매 열전]그늘에서 그늘로
[정지아의 할매 열전]그늘에서 그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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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부고를 들었다. 더 오래전에 까맣게 잊은 사람의 부고였다.
그이, 곽센떡은 우리가 세 들어 살던 집의 식모였다.
나에게 몰래 먹을 것을 주려다 주인에게 들켜 노상 두들겨 맞던 영자 언니가 무슨 일이었던지 식모살이를 그만뒀다. 무슨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아무도 그 집 식모로 오려 하지 않았다. 부잣집 딸로 고이 자란 주인 마나님이 일꾼들까지 십수명 밥해대는 게 쉬웠으랴. 보다 못한 엄마가 곽센떡을 추천했다. 인생 첫 노동에 지친 주인 마나님이 어린아이까지 딸린 곽센떡을 마지못해 허락했다.
몇살이나 되었을까, 서너 살은 되었던 것 같은데 그 아이 목소리를 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 닮아 눈이 커다란 아이는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제 수신금리
엄마의 치맛자락 뒤에 숨어 있었다.
곽센떡은 아들을 치맛자락에 매단 채 밥을 짓고 청소를 했다. 치맛자락을 놓으면 제 엄마가 하늘로 날아가버릴 것 같은 모양이었다. 죽자고 따라붙는 아이 때문에 주인아줌마에게 지청구도 많이 들었다. 나이 어려도 따박따박 이치에 맞는 소리로 되레 주인아줌마 가르치던 영자 언니와 달리 곽센떡은 고개를 푹 숙인청약제도 변경
채 눈물만 뚝뚝 떨구었다.
“어머? 누가 보면 내가 쌩사람 잡는 줄 알겠네. 무슨 말을 못한다니까.”
돌아서던 주인아줌마는 혀를 차며 덧붙였다.
“나불나불 입만 산 영자년이 그리운 날이 올 줄 누가 알았대?”
꿀 먹은 벙어리로 주인 속 터지게 하던 곽센떡은 엄마 앞에서 눈물 콧물 짜며LTV완화
하소연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어린것 딸린 사람을 누가 받아주겠냐, 아이 딸린 어미가 뭔들 못 참겠냐, 주인댁 입은 거칠어도 등 따시고 배부르고 월급 따박따박 나오고 이만한 데가 없다, 엄마는 늘 곽센떡을 다독였다. 그런 엄마가 곽센떡을 오래 울린 적이 있었다.
“다정한 남편 그늘 벗어낭게 만사가 서럽지라? 근디 워쩔 것이요? 남편은 가고1분대출
읎는디. 인자 이녁이 자식 그늘인디…”
곽센떡의 다정한 남편, 그러니까 곽센도 나는 보았다. 대여섯 살 무렵 아버지가 낯선 남자를 지리산 반내골로 끌고 왔다. 그는 병원에서도 손 놓은 폐병 말기 환자였다. 고단백인 뱀이라도 고아 먹이면 살아날까 싶어 아버지가 뱀 많은 반내골로 끌고 온 것이었다.
그는 우리 집에 몇달 햇살론신청후
가까이 머무르며 매일 뱀탕을 먹었다. 사람 말귀 알아듣는 진돗개 럭키는 아버지가 뱀 좀 잡아 오니라 했더니만 정말 수시로 뱀을 잡아 왔다. 둥글둥글 순하게 생긴 곽센은 정말 순하기만 해서 럭키도 잡고 아버지도 잡는 뱀을 못 잡았다.
엄마는 왼종일 가마솥에 뱀탕을 끓였다. 뱀이라면 질색팔색하는 사람이었는데… 뱀도 못 잡는 곽센은 그래도 살고무주택자기준
싶기는 한가 보았다. 한 손으로 코를 틀어쥔 채 엄마가 끓여준 뱀탕을 하루에도 몇사발씩 들이켰던 걸 보면. 그이가 머무는 동안 우리 집에는 누릿한 뱀 냄새가 진동했다. 엄마도 나도 수시로 헛구역질을 할 정도였다. 한동안 나에게는 그 누릿하고 비릿한 게 생명의 상징이었다.
뱀탕도 소용없이 곽센은 세상을 떠났다. 그이의 부고도 반세기 지나 mg환승론
들은 셈이다. 곽센 부부는 순하디순해서 거절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순경도 숨겨주고 빨갱이도 숨겨줬다. 순경 숨겨준 건 탈 없이 지나갔으나 빨갱이 숨겨준 건 들통이 나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어찌나 고문을 당했는지 그 뒤로 일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덜컥 폐병까지 걸렸다. 겁 많고 순한 곽센떡은 남편 살릴 엄두는 못 내고 아픈 남편이 안타까국제무역사고사장
워 노상 눈물바람이었단다.
이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곽센떡 치맛자락에 매달려 있던 아이의 탄생은 반내골 뱀 덕분이었다. 뱀탕 잔뜩 먹고 집에 돌아간 곽센은 시도 때도 없이 곽센떡을 괴롭혔단다. 몸 약한 아내가 문을 걸어 잠그자 문고리를 잡고 울며불며 통사정을 했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짜했다고, 뒤늦은 부고를 전해준 이가 말했다.
머니홀릭
다정한 남편의 그늘을 벗어난 곽센떡은 험한 세상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엄마의 바람대로 마음 다잡고 아이의 그늘이 되어주었을까? 가만있어도 울고 있는 것 같았던 아이의 얼굴이 오래된 부고와 함께 가슴에 사무친다.
정지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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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