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근미래의 풍경] 안드로이드 간호사는 그를 ‘진상’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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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근미래의 풍경] 안드로이드 간호사는 그를 ‘진상’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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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과학기술과 사회) SF’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써온 장강명 작가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보게 될지도 모를 기묘한 풍경을 픽션으로 전달합니다. 그 노부부는 6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의 설명을 빠르게 이해하고 잘 따랐다. 노부부도 자신들이 착한 환자라고 믿었다. 병원 앞 주민센터에 인감증명서를 떼러 가기 전까지는. 주민센터는 병원 바로 길 건너편에 있었다. 노부부가 병원 정문을 나와 횡단보도 앞에 서자 네카팡서울병원의 안드로이드 보안 요원이 걸어왔다. 노부부는 잘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몰랐지만 그들은 입원할 때 병원 측이 정문 근처 카메라로 자신들의 안면을 스캔하는 데 동의한다고 서명을 했었다. “실례합니다. 네카팡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이희선님과 보호자님 맞으신가요?” 안드로이드 보안 요원이 물었다. “네, 맞는데요.” 노인이 선선히 대답했다. “입원 중인 환자는 의료진 허가 없이 병원 밖으로 나가시면현대캐피탈 대출이자
안 됩니다. 혹시 외출증이 있으신가요?” “어… 없는데요. 그런 걸 받아야 하는 줄 몰랐습니다. 저희는 그냥 잠깐 저기 주민센터에서 인감증명서만 발급받으면 되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 “병원 규정이 규정이라 어쩔 수가 없네요.” “저희가 병원비와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아내 명의의 집을 팔게 됐어요. 매매계약서를 이따 제가 대리인으로 작성하러 가는데, 명의업무내용
자 본인이 발급받은 부동산거래용 인감증명서를 갖고 와야 한다네요. 인감증명서 발급받는 데 5분이면 충분할 거예요. 사정 좀 봐주세요.” 안드로이드는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외출증 없이 환자가 병원을 빠져나가면 안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노인은 외출증을 발급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안드로이드는 간호사실에 문의하라고 친절하게 안저축은행주식담보대출
내했다. 노인은 간호사실에 전화를 걸었다. “보호자님, 죄송해요. 외출증은 담당 교수님이 써주셔야 해요. 외출 신청서를 지금 보호자님 휴대폰으로 전송했으니 입력 사항을 적어서 제출해주세요.” 안드로이드 간호사가 상냥하게 답변했다. “저희는 그 외출증이 당장 필요한데….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요?” “교수님이 학회에 참석하러 가셨어요. 오늘 중에는 어렵겠는데합자회사설립방법
요.” “아니, 간호사님. 저희는 인감증명서를 지금 발급받아야 해요. 그래야 저희 집을 판 돈으로 새 집 잔금을 치를 수 있어요. 남은 돈으로 내일 입원비를 내고 앞으로 생활도 하고요. 의사 선생님한테 간호사님이 연락을 좀 할 수 없을까요? 아니면 다른 교수님이 외출증을 써주실 수는 없나요?” “오늘 교수님이 발표를 하시기 때문에 긴급 상황이 아니면 연락하증권사
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지금 환자님 상황은 거기에는 해당되지 않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입원 환자의 외출증은 담당 교수님만 발급할 수 있어요. 죄송해요.” “저희가 원래 오늘 퇴원하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사 때문에 퇴원을 미루겠다고 한 건 간호사실에서도 아시지 않아요? 제 아내 체력은 괜찮습니다, 지금.” 그 순간 안드로이드 간호사는9월 주택담보대출 특판
노인을 ‘진상 보호자’로 분류했다. 환자 안전을 위협하면서 자기 의견을 고집하고, 목소리에 노기가 담겼다는 이유에서였다. 안드로이드 간호사는 노인의 처지를 상냥하게 공감해 주면서 원칙을 단호하게 강조하기로 했다. 인간 간호사들이 진상 보호자를 상대하며 보낸 10만 시간을 딥러닝으로 학습한 결과였다. “인간 간호사 바꿔줘요. 우리한텐 위로채무통합대환대출
가 필요한 게 아니라 외출증이 필요한 거니까.” 안드로이드 간호사가 상냥하게 공감해주는 얘기를 듣던 노인이 말을 잘랐다. “인간 간호사와 대화하려면 좀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노인은 괜찮다고 대꾸했고, 안드로이드 간호사는 인간 간호사에게 연락하면서 ‘요주의 2급’이라는 태그를 달았다. 진상 보호자라는 의미였다. 할아버지는 안드로이주휴일수당
드 보안 요원에게도 인간 보안 담당자를 연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안드로이드 보안 요원 역시 “인간 담당자와 이야기하려면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노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안드로이드 보안 요원은 인간 보안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보호자가 화가 난 상태임’이라는 태그를 붙였다. “그 사이에 주민센터에 갔으면 벌써 리스차량대출
갔다 왔겠네.” 횡단보도 앞에서 인간 간호사와 인간 보안 담당자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할머니가 중얼거렸다. 지친 기색이었다. 노인은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뀌자 아내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걸었다. 노인은 저지하는 안드로이드 보안 요원을 손으로 밀쳤다. “저리 비켜, 이 깡통아.” 안드로이드 보안 요원은 노인이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노인의 행동과 발언은 병원의 보안 시설을 공격하는 행위에도 해당했다. 안드로이드 보안 요원은 횡단보도에서 노인의 팔을 꺾어 제압하면서 재빠르게 환자인 할머니를 부축했다. 안드로이드 보안 요원은 병원 시설에 대한 노인의 공격 행위도 경찰에 신고했다. 15초 뒤 안드로이드 경찰관이 노인을 체포하기 위해 가까운 경찰서에서 출동했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5분 칼럼'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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